클래식이야기

  • 2016-02-16

KBS교향악단 체임버 페스티벌 시리즈 바흐 스페셜: 더 마스터 < 출처: 월간 문화공간 2014년 4월자 발췌 >

  • FILE DOWNLOAD :             

KBS 교향악단 체임버페스티벌 시리즈 1 '바흐 스페셜: 더마스터' 월간 문화공간 난곡을 꿰뚫는 노련미

 
KBS 교향악단 체임버페스티벌 시리즈 1 '바흐 스페셜: 더마스터' 이미지 1

 


이번 무대는 KBS교향악단이 바흐의 레퍼토리를 들고 청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 자리였다. 

레퍼토리가 연주자에게 주는 적잖은 부담감을 노련미로 잘 녹여낸 KBS교향악단의 내공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다.


연주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무대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말이 ‘연주 그 자체를 즐기라’는 어려운 격언이다.

필자의 경우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자리는 내 가까운 지인, 가족, 혹은 학생들 앞에서 연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으로 보면, KBS교향악단은 온 국민에게 친숙한 단체이고 얼굴이니, 일 년 내내 참으로 부담되는 무대에 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체임버 페스티벌 시리즈 1 [바흐 스페셜:더 마스터]는 작은 무대에서 소규모 편성으로 청중과 만나는 더 친숙한 자리였으며, 

거기에 모든 애호가가 즐기는 바흐의 마스터피스들을 선택해 적잖이 부담될 법도 했지만, 무대 자체에서 얻은 경험을 노련미로 바꿔낸 멋진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첫 곡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은 당대의 전통적 콘체르토 그로소 양식을 빌리면서도 참신한 사운드와 특별한 열정이 숨어있는 난곡이다. 

단원들은 여유 있는 호흡과 부드러운 리듬감으로 편안한 느낌의 바흐를 해석해냈다. 지휘를 맡은 젊은 지휘자 박지용은 정중동의 모습을 갖춘 음악가로, 

커다란 음악적 모션 없이도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양감을 훌륭하게 끄집어냈다.

건반악기(바흐 당시에는 하프시코드) 솔로를 위한 협주곡의 근원이라고 여겨지는 바흐의 작품 중에도 가장 대곡인 협주곡 BWV 1052의 협연은 

오랫동안 국내 하프시코드 계를 대표하고 있는 오주희가 맡았다. 

시종 분명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절제의 미덕을 잃지 않은 카덴차가 전체 악곡과 맞춰내는 균형미가 훌륭했다.

 

< KBS교향악단 리허설 장면 >

 

영화와 CF 음악으로도 단골인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WV 1043 역시 합주협주곡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두 솔로 악기가 펼치는 비르투오소적인 표현 모두를 고려한 바흐의 청의적 걸작이다. 

협연을 맡은 최병호, 고주철 두 사람의 활쓰기는 한마디로 거침없었다. 거친 질감과 매끈한 서정미의 교차는 긴밀한 호흡을 통해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졌으며, 

눈빛만으로도 통할 단원들과의 호흡도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에스프레시보를 통해 우아한 사색을 들려주던 2악장에서 화려하고 스피디한 3악장으로의 재빠른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바흐의 대규모 관현악곡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모음곡 3번 BWV 1068은 힘을 보태준 목·금관 단원들의 명인기가 빛을 발했으며, 

깔끔한 템포감각과 절제된 선율미가 호감을 주었다. ‘G 선상의 아리아’로 알려진 ‘에어’의 수줍은 듯한 매력도 신선하게 다가왔고, 

이어지는 부레와 지그 악장에서의 중량감은 역시 어떤 곡이든 넉넉하고 큰 음악적 그릇을 느끼게 하는 KBS교향악단의 내공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글 김주영(피아니스트)
사진 KBS교향악단 제공


< 출처: 월간 문화공간 2014년 4월자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