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16-03-16

1월 객석 기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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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차이콥스키
 
 
 
1월 ‘객석’ 기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이미지 2
 
 
 
 
눈이 펑펑 왔다. 올겨울 첫눈이었다. 추웠다. 거리는 바빴다. 많은 이가 들떠 있었다. 상대적으로 축 가라앉았다.
 
쓸쓸했다. 센티멘털하기보다는 잠잠했다. 꾹꾹 눌러 걸어 예술의전당에 도착해 콘서트홀의 중간 어디쯤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변은 번잡했고, 나는 피로했다.
 
차이콥스키는 외로웠다. 차이콥스키만 외로웠던 건 아니다. 모두가 외롭다.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이렇게 말했다.
 
고독이 주는 자위적 쾌락. 그 쾌락을 자양분 삼아 그럭저럭 살아들 간다고. 그러니 반복되는 구절은 차이콥스키만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살아 숨 쉬었다. 정말 좋았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덕분에 온기를 머금고 따뜻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음악의 힘이다.
 
인터뷰 때마다 자주 듣던 말, 말보다 큰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심드렁하게 듣던 문장이 그대로 가슴에 와 꽂혔다.
 
위로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에서는 각 악기가 내는 하나하나의 소리가 동그랗고 예뻤다. 생동감이 넘쳤다.
 
특히 관악주자들의 섬세한 호흡은 꿈꾸듯 환상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 꿈은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도 깨지 않았다. 손열음은 이 곡을 연주할 때 상상력을 발휘하면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에 잡힐 듯한 이미지 구현이 중요하다고. 그녀의 연주는 다채롭고 짜릿했다. 교향곡 4번은 꿈 그 자체였다.
 
극도로 쇠약해진 작곡가는 운명에 취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꿈꿨다. 소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치열했던가.
 
작곡가의 바람, 그 열망에 동반된 감정 변화를 요엘 레비는 하나의 지점까지 쭉 끌어올렸다. 흐트러지는 순간이 없었다
 
 태어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음악이 생명을 얻었다.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백조의 호수’까지 KBS교향악단은 그야말로 완벽한 겨울밤을 선물했다.
 
작곡가가 살을 깎듯 고통 속에 토해낸 선율에 미적 쾌감을 느끼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동시에 감격스러운 순간을 선사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을 오래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김호경
 
 
손열음 협연, 요엘 레비/KBS교향악단 ‘윈터 드림’

 
                                                                                                                                                                                   < 출처: 2016년 1월 객석 기사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