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산책] 함부르크의 새 명물 '엘프필하르모니'
적어도 반세기 전까지 클래식 음악은 부자와 지식인의 고급 예술로 인식되었다. 대중문화 전성기인 지금은 그런 인식이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고급 문화의 상징으로서 클래식 음악이 사망선고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다. 올해 1월에 개관한 북독일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공연장 엘프필하르모니(Elbphilharmonie) 돌풍이 그걸 보여준다.
기존의 벽돌공장 위에 2100석의 공연장을 지었다니 그 규모만으로는 대단할 것이 없다. 그런데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바다와 가까운 최적의 입지에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호텔과 레지던스, 스파 등의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간 대형 건물로 지어져 단번에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스위스의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뫼롱이 설계한 파도 모양 지붕의 외관은 21세기 최첨단 감각으로 손색이 없고, 건물 유리벽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조명 효과만으로 엘베 강변에 불꽃놀이 부럽지 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무대를 객석이 감싸는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된 메인 홀의 음향은 벌써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을 디자인한 일본의 도요다 야스히사 작품이다.
개관하자마자 올해 모든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함부르크 시민뿐 아니라 전 유럽의 음악 애호가들이 엘프필하르모니를 꿈의 공간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인기 높은 홀로 아지트를 옮긴 북독일 방송오케스트라는 조만간 베를린 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를 넘어서는 독일의 대표악단으로 올라설지도 모른다.
공사비가 7억9000만유로에 육박해 입장권이 매번 매진되어도 엘프필하르모니가 그 자체로 적자를 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함부르크 시 전체로 보면 남는 장사다.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그보다 수십, 수백 배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형종(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출처원문: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703221504252320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