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17-04-20

[리뷰]2017 교향악축제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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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이 브람스의 음악으로 교향악축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브람스의 낭만성을 사색적으로 그려낸 무대였다.
▲레비와 KBS교향악단은 브람스의 사색적인 음악으로 무대를 채웠다 (사진: 예술의전당)

사색적인 브람스
브람스의 음악은 시대적으로 낭만주의에 속하지만 고전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특히 교향곡 4번의 경우 브람스는 바로크 시대의 프리지아 선법(Phrygian mode)을 사용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베토벤을 존경하지만 그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을 펼쳐 보이려는 열정과 고뇌가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할 때 브람스의 열정에 주목하느냐, 아니면 고노와 사색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해석의 결이 달라진다.

요엘 레비는 브람스의 구조적인 측면을 사색적인 시각으로 교향곡 4번을 그려냈다. 전체적인 템포는 타이트했다. 악보에 기재된 것 이상으로 특정 음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갑작스런 템포 변화로 드라마틱한 연출을 꾀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다소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레비는 악보에 적힌 것 이상의 낭만적인 연주는 감정과잉에 이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바꿔 말하면 악보에서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낭만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레비는 이른바 브람스의 한숨이라고 불리는 1악장 주제는 느리게 시작해 빠르게 템포를 끌어올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레비는 악보에 적힌 템포를 그대로 지켰다. 알레그로 논 트로포(Allegro non Troppo). ‘빠르게 과하지 않게’. 

느리게 연주할 경우 브람스의 우울한 낭만성이 살아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감성이 선을 넘으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브람스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레비의 구조적인 해석은 브람스를 좀 더 지적이게 느껴지도록 했다. 고민하고 사색하는 모습이었다. 레비의 구조적인 해석은 정교한 건축물 같아서 한 축이 흔들리면 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날 연주 초반이 그랬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음가가 약간 어긋난 인상이었다. 그로 인해 배음이 살아나지 못하고 그 결과 평소의 풍성한 음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레비는 이내 균형을 되찾았고 1악장은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 균형을 찾아가는데는 레비의 지휘도 물론이지만 객원악장으로 무대에 오른 마르코 피오리니의 노련한 리드도 한몫했다.

▲김봄소리는 브람스의 서정미를 드러냈다 (사진: 예술의전당)

서정적인 브람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짧은 질문은 그녀에게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프랑수아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p57).

김봄소리가 연주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게 한다. 김봄소리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도 그러하며, 프랑스 음악에 적합하게 느껴지는 음색이 그렇다. 구조적인 레비의 지휘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김봄소리의 연주가 감정에 휩쓸린 것은 아니다. 서정성이 충분히 발휘된 연주라는 표현이 옳다. 특히 2악장의 연주가 그랬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도 김봄소리의 서정성을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윽하게 울리는 목관의 음향은 김봄소리의 바이올린과 적절하게 어울렸으며 느린 걸을 경계하지만 처짐이 없는 레비의 템포 설정은 솔리스트를 편안하게 했다.

이날 무대에 올린 브람스의 두 작품 교향곡 4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이 결코 화사한 곡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오히려 교향곡 4번은 ‘만추(晩秋)의 교향곡’이란 별명을 갖고 있으니 봄과는 공유하는 이미지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날의 프로그램이 봄의 축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브람스의 사색과 서정성은 하나의 이미지로만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7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4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요엘 레비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연주: KBS교향악단

프로그램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77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op. 98


권고든 withinnews@gmail.com

 

출처: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255885&memberNo=7039772&vType=VERTI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