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22-05-31

[리뷰] “브루크너, 그 장대하고 드라마틱한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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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은 대한민국 브루크너 교향악의 본산이다.

상임 지휘자였던 오트마 마가와 연주한 제8번 교향곡과 특별히 초빙한 거장 파비오 루이지와 제9번 교향곡은 대한민국 브루크너 연주에 길이 빛날 금자탑이다.

 

올해 유난히 브루크너 교향악 연주가 활발했다. 연초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바실리 페트렌코를 초빙하여 교향곡 제2번의 초월적인 연주를 들려준 것을 시발점으로

2022 교향악축제 무대에서 KBS교향악단의 제4번 연주는 오랫동안 서울시향을 맡았던 마르쿠스 슈텐츠를 초빙한 일종의 적과의 동침이라는 절묘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는 무척 훌륭했다. 슈텐츠 특유의 이단적, 급진적 해석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그 어떤 단체보다 탁월한 적응력의 KBS교향악단은 이 급진적인 리드에 따라 독특한 <브루크너 제4로맨틱’>을 완수하였다.

 

떠오르는 귀재, 코르넬리우스 마이스터의 빛나는 리드

이날은 마이스터가 바톤을 쥐고 브루크너의 걸작 제7번 교향곡의 긴 여정을 이끌었다. 마이스터는 국내 애호가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미 유서 깊은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하여 비엔나 슈타츠오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를 두루 섭렵한 오페라 지휘계의 총아이다.

2018년부터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하우스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고, 하이델베르크 오페라 하우스, 비엔나 ORF 방송교향악단, 일본 요미우리 니폰심포니의 주요 포스트를 역임한 바 있다.

 

마이스터는 마치 오페라를 연주하듯 이날의 연주를 풀어 나갔다. 1악장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다소 투박하지만 장엄하고 강력하게 그렸고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했다.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느린 아다지오 악장 역시 무척 극적이었다. 다만 숭고하게 영적으로 흘러가는 연주라기보다 지휘자의 구도와 서사가 두드러졌다.

스케르초 악장의 경쾌하면서 미묘한 변주를 이끌어 간 대목도 좋았다. 마지막 악장에 부여한 풍부한 표정과 기민하게 마무리하여 청중의 갈채를 이끌었다.

 

강렬한 한방을 남긴 히로인, 샤론 캄

전반부에는 오랜만에 내한한 클라리넷의 명인, 샤론 캄이 베버의 제1번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의 협연은 원래 자비네 마이어가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협연자의 변경이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샤론 캄의 갑작스러운 내한이 무척 반가웠다. 그녀의 음반은 어느 것이나 명연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실제 연주를 국내 무대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베버의 협주곡도 쉽게 실연으로 접하기 어려운 작품인데다 그녀의 연주는 풍성하고 박력 넘치는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배경으로 흐르는 듯 끊어질 듯 절묘하면서도 선명하고 예리했다.

넉넉하게 선율을 이끌어 가기보다 드라이하게 절제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오페라 같은 극적인 스케일을 서사적으로 제시한 마이스터의 해석과 잘 어우러졌다.

1악장의 카덴차는 간결하면서 과장스럽지 않은 비르투오시티가 눈부셨고 함께 한 하모니가 조화로웠다. 2악장은 목가적 평온함을 고급스럽게 자아내면서도 자신만의 엣지를 능란하게 선보였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경쾌하고 기민한 주법으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주는 격이 다른 연주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메인 프로그램의 각별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다음 순서가 관객을 매료시켰다.

콘트라바스 수석 이창형을 불러내어 앙코르로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가운데 서머타임을 연주했다. 놀랍게도 완벽한 재즈적 이디엄을 구현하면서도 클래식한 품위가 가득했던 한 대목이었다.

더욱이 이창형의 구성지고 풍성한 배음이 주는 상승효과는 대단했고 그의 쇼맨십까지 더해져서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출처 :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