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22-07-05

[리뷰] [기고] 요엘 레비 지휘에 대한 추억 소환, KBS교향악단 제779회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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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요엘 레비 지휘에 대한 추억 소환, KBS교향악단 제779회 정기연주회

 

글: 여 홍일(음악 칼럼니스트)

KBS교향악단의 역대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귀환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옛 추억을 소환케 하는 대표적 지휘자는 요엘 레비와 정명훈을 꼽을 수 있다.

요엘 레비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역임했지만 이런 오랜 재임 기간보다 지휘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내게는 빛을 보지 못한 면이 많은 지휘자에 속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2021년 9월 17일 추석 직전 KBS교향악단 제770 정기연주회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로서 “요엘 레비의 백조의 호수”공연이 열렸던 것은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시절 그의 공과(功過)를 되새기는 계기가 내게는 됐다.

올해 다시 지난 6월 30일 목요일 저녁 한해의 반을 턴(turn)하는 시점에 KBS교향악단 제779회 정기연주회 <교향적 무곡> 무대에 오른 요엘 레비는 수미상관(首尾相關) 격으로 전반부에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과 후반부 이날의 메인 연주곡이 됐던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작품 45의 지휘로 무곡 지휘에 새삼 빛을 발하는 요엘 레비의 유려한 곡 해석이 KBS교향악단 연주회 애호가들에게서 시선을 끌었다.

 

 

전체를 꿰뜷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지휘로 세밀한 부분을 잘 재현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의 리허설 장면. (사진 KBS교향악단)


전체를 꿰뜷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지휘로 세밀한 부분을 잘 재현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의 리허설 장면. (사진 KBS교향악단)

 

전체를 꿰뚫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지휘로 세밀한 부분 잘 재현

어렸을 적부터 집시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는 원래 루마니아 태생인 요엘 레비에게 헝가리 출신의 코다이 작곡 갈란타 무곡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전체를 꿰뚫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지휘로 레비는 곡의 세밀한 부분을 잘 재현해 줌과 동시에 전체적인 곡의 구조도 잘 표현해 모든 곡의 연주가 만족스러웠다는 관객들의 평이 많았다.

자신에게 제2의 고향과 같다는 예전 KBS교향악단과의 지휘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남겨진 요엘 레비의 이미지는 방대한 레퍼토리와 열정적인 무대를 이끈 대부분의 암보 지휘다.

KBS교향악단 타악기 연주자 Matthew Ernster와의 Nice to Matthew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요엘 레비는 자신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시절부터 지휘 멘토였던 작고한 로린 마젤 등으로부터 “총보 악보를 넘기려 고개를 숙이면 많은 음표를 놓치게 되며 단원들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위해 지휘 내내 악보를 보려는 대신 오케스트라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는 독특한 암보 지휘력의 흥미로운 멘트를 내놨다.

요엘 레비 지휘의 KBS교향악단 연주에 의한 추억에로의 소환은 이날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브람스/헝가리 무곡4번 올림바단조(파울 유올 편곡)의 연주곡에서 정점을 맞았지만, 요엘 레비의 무곡 지휘에 강한 면모는 그의 작품이 버르토크에 비해 인상파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며 파리에서의 생활을 반영한 듯 다채로운 색감이 두드러진다는 코다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갈란타 무곡’에서부터 발현되기 시작했다.

KBS교향악단의 연주자들에게도 이날 공연에서 도전의 시작을 의미했을 갈란타 무곡의 음악은 템포의 변화가 심한 가운데 서로 다른 분위기와 리듬을 가진 4개의 무곡이 끊기지 않고 연주되는 구성이다. 도입부에서 집시풍의 선율이 첼로에 의해 제시되고 호른이 강하게 이어받는다. 이 선율은 다양한 악기로 다루어지고 클라리넷에서 헝가리의 민족적 정서가 짙게 밴 첫 번째 무곡으로 전개된다.

두 번째 무곡의 주제는 독주 플루트의 음색에 의해 이국적인 스타일로 펼쳐지며 첫 번째 주제가 브릿지로 역할을 하여 템포의 완급 변화로 세 번째 주제에 연결된 곡은 오보에의 음색으로 시작하여 목관 중심의 사랑스럽고 소박한 분위기의 무곡으로 꾸며진다. 열광적인 고조를 보이는 마지막, 네 번째 무곡은 과거의 에피소드를 부분적으로 회상하고 당김음에 의한 옥타브 도약 하강 소리 형으로 순식간에 곡을 마치는 것이 요엘 레비의 스타일에 매우 부합하는 춤곡풍의 지휘였음을 보여주는 첫 곡의 연주였다.


 
후반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작품45에서도 요엘 레비의 무곡에 강한 지휘 모습은 기괴하고 변화무쌍한 화성과 강렬한 리듬, 러시아적인 생동감이 넘치는 이 걸작의 지휘로 다시 한번 예각을 드러냈는데 특히 찬란한 관현악의 색채를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인 3악장의 연주가 내게 그러했던 것 같다.

이날의 KBS교향악단의 연주, 무곡의 효과 단단히 본 연주회

요엘 레비의 지난해 9월 KBS교향악단과의 귀환 무대 <백조의 호수> 발췌곡 지휘연주가 그의 예전 KBS교향악단과의 정기연주회에서의 거의 모든 곡 지휘에서 암보에 의한 유려한 곡 해석의 지휘를 볼 수 있는 예전의 향수를 제공했던 점에 비춰

 

피아니스트 장-에프람 바부제는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에서도 요엘 레비의 말마따나 버르토크 스페셜리스트 다운 면모를 보였다.


피아니스트 장-에프람 바부제는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에서도 요엘 레비의 말마따나 버르토크 스페셜리스트 다운 면모를 보였다.
 

올해의 이번 레비의 KBS교향악단과의 조우는 그에 대한 추억에의 소환을 무곡적 프로그램들의 지휘로 더욱 짙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연주회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런 무곡들 연주곡들 사이에서 전반부 두 번째 곡으로 버르토크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 프랑스 출신의 장-에프람 바부제에 의해 연주된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드뷔시의 complete etude 연주나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에 대한 바부제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으면 바부제의 프랑스 자국 작곡가들의 연주에 능한 면을 볼 수 있는데 장-에프람 바부제는 버르토크의 거칠고 충동적인 에너지가 담긴 전작에 비해 마치 본인의 죽음을 예견한 듯 차분한 정서와 온건한 멜로디 진행이 특징인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에서도 요엘 레비의 말마따나 버르토크 스페셜리스트 다운 면모를 보였다.

바부제도 댄스 무드를 이어가자(Let's stay in Dance(당스II) Mood)며 드뷔시 기쁨의 섬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는데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이번 연주회의 키워드는 동유럽풍 무곡인 듯해서,

1부 무곡과 같이 춤추는 선율이 날씨 때문에 처지는 기분을 전환하기에 충분했다는 글이 많이 보여서 이날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무곡의 효과를 단단히 본 연주회로 많은 연주회 애호가들에게서 기록될 듯싶다.

역시 장-에프람 바부제의 연주에선 여유 있는 능수능란함과 깊은 원숙미가 뿜어져 나왔다는 관객들의 평이 많았는데 1악장의 오른손으로는 피아노를 치면서 왼손으로는 관악기 주자들과 사인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여유와 노련함이 느껴졌고,

3악장의 싱코페이션이 강조된 현대적인 역동적 리듬과 기이한 현대적 화음이 매력적이었다는 평들이 많았다.

 

출처 : http://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