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확인한 KBS교향악단의 저력
재단법인 출범 1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정명훈과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
다시 도약할 새로운 아침의 시작
KBS교향악단과 계관 지휘자 정명훈 [KBS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때론 우아하고, 때론 절도있는 동작의 뒷모습에선 감출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긴다.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슈박스 타입의 예술의전당은 정명훈 지휘자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음악으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만남. KBS교향악단과 계관지휘자 정명훈의 연주에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은 말 그대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찌감치 콘서트홀 전석이 매진됐고, 뒤이어 합창석까지 공개할 만큼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다. 세계적인 거장 정명훈은 이름만으로 무수히 많은 관객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뒤늦게 오픈한 합창석도 불과 20분 만에 매진됐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는 KBS교향악단의 재단법인 출범 10주년을 맞는 ‘정기 연주회’이자, 올초 계관 지휘자로 취임한 정명훈의 첫 무대였다.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브너 [KBS교향악단 제공]
공연의 1부에선 영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브너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했다. KBS교향악단과는 6년 만의 재회였다. 2부에선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이 연주됐다. 이 곡은 정명훈 지휘자가 두 차례나 음반으로 발매한 시그니처 레퍼토리다.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이 협연자로 함께 했다. 생상스의 형식미와 음향에 대한 표현력은 정명훈의 지휘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을 빛을 발했다. 연주회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긴장과 불안이 감돌다 이내 세상에 맞서고, 그곳으로 나아가는 생명력이 피어났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이미 정명훈의 머릿속에는 작품에 대한 완벽한 설계도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며 “관록의 연출력으로 소리들이 가지런히 정리됐고, 정명훈 지휘자의 특기인 긴장감 넘치는 완급조절도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명훈 지휘자의 수준 높은 연출력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에서 재단법인 10년차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한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제공]
이날 공연은 KBS교향악단의 기존 정기연주회와는 달리 제목이 하나 붙었다. ‘새벽은 찾아오고’(DAWN COMES)라는 제목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재단법인 출범 10년을 맞은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고, 악단에 새로운 아침이 왔다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귀띔했다.
2012년 9월 1일, 이날의 연주회가 있던 날 재단법인으로 첫발을 디딘 KBS교향악단은 2014년 요엘 레비 감독을 만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6년간 요엘 레비와 호흡을 맞춘 뒤 올 1월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을 9대 음악감독으로 맞았다. 잉키넨 감독의 취임 연주회 이후 KBS교향악단은 국내 오케스트라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체가 됐다. 새 지휘자와 만난 실험으로 KBS교향악단은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고, 뛰어난 앙상블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그에 걸맞는 탄탄한 실력은 KBS교향악단의 다가올 10년을 기대하게 한다. KBS교향악단은 연주회에 앞서 열린 재단법인 10년 출범을 맞은 기념식에서 디지털 서비스 혁신(디지컬 K-홀 오픈), 정기적인 해외투어 추진, ‘청소년 지휘 마스터클래스’, ‘영 코리안 마스터즈’ 등 기획 시리즈 등을 담은 미래 비전 10년을 선포했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KBS교향악단만의 연주역량과 차별화된 공연기획, 온라인 콘텐츠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클래식 문화를 선도하며, 세계속에 K-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 국가대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036331?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