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종교음악 연주의 정점!”
KBS교향악단의 충성 콘서트고어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한 공연이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정명훈 베르디 레퀴엠 공연에 이어 7월12일 금요일 저녁 본격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4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정명훈의 Choral II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 얘기다.
아울러 종교음악도 KBS교향악단 관계자가 밝힌 대로 일반 교향곡 연주처럼 클래식 관객들이 공연장 콘서트홀에서 상시 감상할 수 있도록 종교음악의 연주가 상시화된 느낌이다. 이는 최근 있었던 말러리안 아르티제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에 이어 7월초에 잇따라 열린 7월2일 화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코랄레움 인 서울의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의 공연과 7월9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같은 장소에서 7월9일 화요일 저녁 연 멘델스존의 <사도 바울> 공연을 잇따라 콘서트홀 현장안에서 접하고서 내리는 생각이다.
특히 엘리야, Op.70 전곡과 멘델스존의 사도 바울공연은 1,2부로 나뉘어 서창(레치타티보)와 합창, 영창과 이중창과 아리오소등 보통 45곡과 42곡의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감상의 인내력을 요구하지만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10곡 안에 합창, 4중창, 베이스 레치타티보등 외에도 일반 성악곡처럼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가 집약적으로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할 충분한 여건이 주어지는 점이 여타 종교음악 오라토리오등과 달리 다가왔다.
정명훈의 Choral II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의 백스테이지 사진. (사진 KBS교향악단)
“명성에 손색없을 소프라노 황수미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활약 돋보여!”
이날 지휘를 맡은 정명훈이 피에타리 잉키넨에 이어 차기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낙점되었다는 소식에다 한차례의 공연만 있는 점에 비춰 공연 열기는 뜨거웠다.
여느 종교곡들과는 다른 밝고 화사한 색채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점에다 로시니 특유의 구김살 없는 표정과 매혹적인 선율이 돋보였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스타바트 마테르 해석자로 손꼽히며 그가 남긴 수많은 공연과 레코딩이 모두 이 작품의 해석에 관한 하나의 표준이자 이정표가 되어온 지휘자 정명훈이기에 공연에 남다른 무게감이 실렸으며 최근 상반기 잇따른 종교음악 연주에 정점으로 손꼽을 만 했다.
네명의 솔리스트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명성에 손색없을 소프라노 황수미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활약이 돋보인 것으로 다가왔다. 제3곡(Duetto) : “Quis est homo”에서 소프라노 황수미의 소프라노 성량을 뽐내는 미감과 제8곡(Aria e Coro) : “Inflammatus et accensus”에서도 소프라노 황수미의 실력을 뽐내는 제1 소프라노의 아리아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곡이 강렬한 인상을 줬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은연중 드러나는 카리스마는 제4곡(Aria) : “Pro peccatis suae gentis” [베이스 독창]에서 마지막에 묵직한 박력이 솟아오르며 마무리되는 것에서 발현되었고 제5곡(Coro e Recitativo) : “Eja, mater, fons amoris” [무반주 합창 & 베이스]에서도 알레그레토 모데라토의 후반부에선 템포와 리듬이 빈번히 바뀌면서 격렬한 표정의 기복이 만들어지는 점에서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존재감이 엿보였다.
복음사가 레치타티보등에 상당부분 많이 의존하는 여타 종교음악들과 달리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가 차별화되게 다가온 까닭은 로시니의 매력이 이탈리아 작곡가 특유의 ‘벨칸토(Bel-canto,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라는 속성으로 귀결돼 즉 로시니 오페라의 힘은 이탈리아인들 고유의 유려하고 감미로우며 극적인 노래에서 기인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아울러 로시니의 다른 작품들, 그러니까 오페라 밖의 장르로 눈길을 돌려봐도 이 ‘벨칸토’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유지돼 심지어 경건한 종교음악에서조차 벨칸토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데, 그래서 그의 종교음악 작품들은 흔히 ‘오페라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스타바트 마테르(슬픔의 성모)’는 만년의 ‘작은 장엄미사’와 더불어 로시니의 대표적인 종교음악 작품으로서, 역시 벨칸토적인 매력이 종교음악 특유의 진지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찬연한 광휘를 발하는 수작으포 평가되는 까닭이다.
이날 서곡없이 KBS교향악단이 정명훈 지휘로 연주한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미완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완성의 체취가 강렬히 남았다. 전날 이승원과 부천필이 부천아트센터에서 들려준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Great'가 어쿠스틱이 좋은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음악적 성숙과 창의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점에서 정명훈과 KBS교향악단 8번 ’미완성‘의 체취는 두 악장만의 연주의 아쉬움으로 관객들에게 남았다.
교향곡 제8번(또는 제7번) 미완성 (Sinfonie Nr.8 (7) in h-moll, D 759, Die Unvollendete)은 슈베르트가 1822년에 작곡한 교향곡이다. 교향곡 중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불후의 명작이나, 제2악장까지만 완성되어 있다. 그러나 완성된 2악장은 모두 주옥과 같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해진다.
제3악장은 120 마디까지 작곡된 초고(草稿)가 남아 있으며, 제4악장은 전혀 씌어져 있지 않다. 이 곡이 미완성으로 끝난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며 슈베르트가 이 곡을 쓰다가 방기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특히 뒷받침되는 증거가 있는 설은 없다. 다만 슈베르트는 곡을 쓰다가 특별한 까닭 없이 도중에 방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인물이기에 이 곡 역시 특별한 까닭 없이 방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영적 정화(淨化)와 안식(安息) 가져다주는 체험!”
종교음악도 교향악단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로 확실히 정착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내가 본격 하게된 계기는 지난 3월7일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의 베르디 레퀴엠 연주를 보고 나서다. 영성과 안식을 주는 종교음악 연주들이 기존의 교향악 연주들에만 익숙해있던 관객들의 귀에 새로운 영적 정화(淨化)와 안식(安息)을 가져다주는 체험을 안겨주는 장르로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3월초 종교음악 무대를 장식한 KBS교향악단X정명훈 Choral 1 베르디 레퀴엠 연주나 종교음악에서 최근 성가를 떨치고 있는 부천시립합창단 김선아지휘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바흐 요한수난곡’을 잇따라 접하고서 이런 생각은 분명한 확신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에는 필하모닉스, 필하모닉스 앙상블, 베를린 목관오중주단, 노부스 콰르텟등 콰르텟 연주단체들의 실내악 공연들이 예년의 왈츠와 폴카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들을 다수 대체(代滯)하며 최근 공연장에서 부쩍 앙상블연주의 실내악을 넘치게 한 측면들이 적지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3월초 지난 3월6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요한수난곡’이나 KBS교향악단이 종교합창곡을 마스터즈 시리즈 테마로 삼아 정명훈과 베르디 레퀴엠, 작품48을 무대에 선보인 것은 종교음악 연주도 국내 교향악단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로 연중 정착돼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계속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는 지난 3월7일 KBS교향악단의 베르디 레퀴엠 연주의 롯데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기나 공연이 끝나자 로비로 쏟아져나오는 청중들의 인파 속에서 종교음악에 대한 열기 또한 만만치 않았음를 엿보면서 내린 생각들이다.
최근 잇따라 이어진 종교음악 연주들의 열기를 적어보면 올해 들어 레퀴엠 연주로 관심을 돌린 아르티제가 첫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린 지난 6월12일 수요일 저녁의 모차르트 레퀴엠-아르티제 레퀴엠시리즈 vol.1 역시 기성 지휘자들인 전 서울시향 지휘자인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봉을 잡은 2022년 1월29일 토요일 오후 5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나 올해 3월7일 목요일 저녁 정명훈이 바톤을 잡은 KBS교향악단X정명훈의 Choral 1 베르디 레퀴엠들 연주에 비하면 신진 지휘자나 젊은 연주자들의 수혈(輸血)이 느껴진 점에서 신선했다.
그런 면에서 2년전 오스모 벤스케 지휘의 서울시향 레퀴엠 연주가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관객과 인류에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 다케비츠의 ‘현을 위한 레퀴엠’, 그리고 모차르트의 로버트 레빈판 레퀴엠등 3개의 진혼곡들만 준비한 것에서 레퀴엠 진혼곡이 경견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영혼을 위로하는 종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및 미사곡이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연초에 어울리지 않을 법 했다는 공연 후에 일부 공연애호가들의 로비에서의 덕담들도 있었지만, 펜데믹 환경 속에서 한해 또 한 번 버틸 위로와 희망을 묵직하게 받았던 서울시향 레퀴엠 연주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7월2일의 코랄레움 인 서울의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나 7월8일의 서울모테트합창단 제127회 정기연주회로 열린 멘델스존의 <사도 바울>도 종교음악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좋은 연주회였다. ‘엘리야’는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와 함께 3대 오라토리오로 꼽히는 곡이고 바흐와 헨델에서 하이든까지 이어진후 끊어진 대규모 오라토리오 작품의 명맥을 다시 잇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사도바울 Paulus'는 멘델스존이 작곡한 3개의 오라토리오 ’사도바울, 엘리야, 그리스도‘중 가장 처음 작곡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의 정명훈과의 최근 상반기 잇따른 베르디 레퀴엠과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의 연주회는 이런 종교음악 연주에서도 지휘자 정명훈이 묵직한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주회였다고 본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출처 :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