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 2024-07-25

07.25 [문화뉴스] KBS교향악단 제804회 정기연주회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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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제804회 정기연주회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한스 그라프, 새로운 지휘역량 보여주다!”

7월18일(목)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스트리아 지휘자 한스 그라프(75)의 지휘역량을 다시 봤다.

 

지난 7월18일 목요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804회 정기연주회 슈만 첼로협주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지휘를 통해서다.

 

슈만 첼로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의 레퍼토리로 지금으로부터 38년전인 1986년에 젊은 시절인 37세때 KBS교향악단을 지휘하기도 했다는 한스 그라프의 지휘를 최근 내가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서울시향과의 2014년 1월23일 있었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회때의 지휘 모습이다. 사실 이 무렵 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래밍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명성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한스 그라프는 서울시향과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지휘에서 너무 악보 보는 것에 치우치면서 많이 경직된 느낌을 주며 흡사 지난 2013년 6월 성남아트센터에서 로테르담필과 내한공연을 가졌던 야닉 네제 세겡의 경직된 지휘모습을 연상케해 창의적인 자유로운 지휘모습이 관객들로선 다소 아쉬웠다.

 

반면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와의 말러 음반으로 세련된 해석과 균형잡힌 연주로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말러 작품해석으로 정평이 나있는 것으로 알려진 10년전의 요엘 레비의 세련되고 섬세한 지휘가 악보 보는 것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활달한 스타일과 어울려 이틀간의 서울시향과 KBS교항악단의 연이은 말러 연주에서 가장 돋보였던 기억을 안고 있다.

 

 

 

오스트리아 지휘자 한스 그라프의 지휘역량을 다시 보게 한 KBS교향악단? 파블로 페란데스와의 협연장면 (사진 KBS교향악단)

 

“자유롭고 활달한 지휘모습,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의 벅찬 감동 가져와”

 

때문에 10년이 지난후에 다시 만난 오스트리아 지휘자 한스 그라프는 흡사 요엘 레비의 현현(現顯)된 모습을 보였달까 할 수 있을 정도의 10년전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으로 다가온 것으로 내게는 느껴졌다.

 

10년전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요엘 레비는 ‘내딛는 힘찬 발자국…교향악으로 승부하다’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요엘 레비가 상임지휘자로 첫 정기연주회를 가진 KBS교향악단은 말러교향곡 제1번의 연주를 통해 전체 4개 악장이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연주되는 느낌으로 신년부터는 KBS교향악단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요엘 레비의 지휘아래 새 날개를 펴며 서울시향과 본격 경쟁구도를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특히 요엘 레비는 향년 80세로 2014년 1월 20일 타계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의 사이먼 래틀도 참석한 2009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말러교향곡 제1번 실연 연주에서 무척 수척해진 말년의 모습으로 맨손의 열정의 지휘를 불사르는 감동과 더불어 아바도의 자유롭고 활달한 지휘를 연상케해 더욱 인상깊었었다. 시종 확신과 자신에 찬 말러지휘로 요엘 레비는 한스 그라프보다 더 말러 전문지휘자다운 후한 점수를 줄만했고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의 1악장과 2악장에서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연주와 인상적 마무리, 더 응집된 사운드로 가열되는 모습을 보인 4악장 (Stuermisch bewegt-Energisch)에서의 활화산 타오르는듯한 느낌에서의 지휘와 연주는 말년의 나이임에도 포효 터질듯한 아바도의 폭발하는 듯한 열정의 지휘를 보는 듯했다.

 

서울시향도 2013년 7월 19일 매혹의 말러교향곡 4번 연주에 이어 음악전문가 12명이 뽑은 2013년 최고연주에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 내한공연(2013 11월 11-12일)과 함께 국내 교향악단 수준의 약진을 보여주는 공동 2위로 선정된 2013년 8월 30일의 말러교향곡 제9번 연주로 말러리안들 사이에서 2014년 1월 23일의 서울시향 한스 그라프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회도 클래식 고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큰 관심사였다.

 

하나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무진 노력하는 심혈을 기울이는 지휘를 보인 한스 그라프의 지휘하에 서울시향은 1악장 Adagio와 2악장 Scherzo에선 두툼한 풍성한 선율의 질감을 다소 빚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3악장 Purgatorio에서 다채로움과 절묘한 마무리까지 선보인 서울시향은 두번째 스케르초 악장인 제4악장에서 점입가경의 연주를 들려주는 느낌이었고 연주의 아름다움과 완성도에 있어선 마지막 악장이 최고였다. 아니나 다를까 죽어가듯(sterbend) 마지막 악장의 선율이 종결되자 관객의 휘파람과 계속된 열띤 청중의 커튼콜로 서울에서의 새로운 말러 스페셜 연주단체로서의 서울시향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게 하는 벅찬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필자가 10년전의 당시의 국내 양대악단의 이런 연주회 모습을 되새긴 까닭은 한스 그라프의 올해 이런 역전된 자유롭고 활달한 지휘모습이 예전의 요엘 레비의 환생을 떠올리게 하면서 KBS교향악단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의 벅찬 감동을 가져다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3악장 론도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음향과 개성적 리듬!”

 

세계 3대 첼로협주곡은 시각에 따라서 드보르작, 슈만,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쳐주기도 하고 드보르작, 하이든,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쳐주기도 한다. 하이든, 엘가,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과 함께 보케리니, 슈만, 랄로, 생상의 곡을 합쳐서 7대 첼로협주곡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한스 그라프는 KBS 유투브 매튜와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첼리스트중 다섯명 가운데 네명은 슈만의 첼로협주곡을 최고의 첼로협주곡으로 꼽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나름대로의 시각을 개진 했는데 19세기 초중반은 첼로라는 악기에 대한 비르투오소적인 관점이 팽배해지던 시기였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이후 첼로에 대한 관심은 본격적으로 증폭되기 시작해 생상스, 랄로를 비롯하여 미요, 뒤티외, 포레, 댕디, 미요, 뿔랑,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브리튼 등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첼로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었다. 특히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달라피콜라와 크세나키스 등의 작품들은 첼로에 대한 풍부한 가능성과 표현력을 확장시킨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슈만의 첼로 협주곡이야말로 그 기법과 표현력, 형식면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한스 그라프의 언급은 이런 슈만 첼로협주곡의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팝스타 같은 매력을 지닌 그의 등장으로 스페인은 새로운 첼로 천재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는 평에 어울리게 짧은 오케스트라 도입부에 이어 첼로의 독주가 시작되고, 이후 서정적인 멜로디를 따라 오케스트라와 첼로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3악장 론도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음향과 개성적인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의 연주특징으로 보였다.

 

클래식 관객의 취향에 따라선 이번 파블로 페란데스의 KBS교향악단과의 슈만 첼로협주곡 연주에서 보헤미아와 미국의 민속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인 작품으로 ‘근대 첼로 협주곡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고금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첼로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히는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의 낙차 큰 첼로연주나 비운의 첼리스트 영국의 뒤 프레의 혼이 담긴 격정적인 연주가 엘가 첼로 협주곡의 명연 중의 명연으로 남아있고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신들린 듯한 유명한 연주가 서려있는 엘가의 첼로협주곡의 그런 비련의 극적 요소를 찾을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스 그라프와 KBS교향악단의 제804회 정기연주회는 한스 그라프가 피력한 대로 슈만 첼로협주곡의 그런 첼로협주곡들 가운데 히말라야 산적 요소와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가운데서 기념비적 작곡으로서 높이 날만한 요소의 연주를 보여줬다고 본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출처: http://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5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