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60년… 합주로 빚은 ‘화합의 하모니’
KBS교향악단·도쿄필, 서울 공연
정명훈 지휘로 한 몸처럼 연주
더 깊어진 ‘말러 1번’ 희열 선사
양국 피아니스트 협연도 돋보여
롯데그룹 후원으로 공연 성사돼
신동빈 회장 “유대감 깊어질 것”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화합을 상징하듯, 두 나라가 음악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더 가까워지고 친해지길 바랍니다.”(마에스트로 정명훈)
우리나라 KBS교향악단과 일본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보기 드문 합동 연주회를 열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이날 공연은 ‘일의대수(一衣帶水·해협을 사이에 둔 가까운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하면 어떤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가를 예술로 웅변한 무대였다.
양국 교향악단 모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정명훈이 지휘한 1부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이가라시 가오루코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협연했다. 거장 지휘 아래 두 젊은 연주자가 화음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번 연주회의 의미를 객석에 각인시켰다. 열띤 커튼콜(부름갈채)에 선우예권과 이가라시 가오루코는 브람스 헝가리안 무곡 5번을 연탄으로 선사했다.
이어지는 2부, 만석을 이룬 관객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정명훈은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지휘로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의 서문을 열었다. 도쿄를 오가며 호흡 맞춘 KBS교향악단 단원 56명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 55명은 한 몸처럼 거장 지휘로 멋진 선율을 만들어냈다. 말러 곡 해석에 정평 난 정명훈은 뚜렷한 개성이 돋보이는 연주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흠잡을 데 없는 한·일 합동연주는 섬세함이 돋보이는 정명훈 지휘에 이끌려 절정인 4악장에서 ‘말러 1번‘만이 줄 수 있는 벅찬 희열의 순간을 선사했다. 이미 말러 곡 해석에 일가를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정명훈이지만 한층 더 깊어진 음악 세계를 보여준 연주로 평가된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합동연주는 평소 호흡과 다른 만큼 오히려 연주에 불리한 여건인데 두 악단이 지휘자의 독보적 해석을 잘 구현해낸 좋은 연주를 들려줬다”며 “정명훈의 더 깊어진 말러 해석이 특히 돋보였고, 도쿄필 단원들이 정명훈 지휘자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일 우호를 기원한 이번 공연은 양국에 뿌리내린 롯데그룹 후원으로 성사됐다. 공연을 관람한 신동빈 회장은 앞서 “정명훈 지휘자와 한·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이 강렬한 음악을 통해, 양국 유대감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들은 공연 관람 후 열린 축하연에서 정명훈, 선우예권 등과 공연 소회를 나눴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304515771?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