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클래식으로 하나가 되다
KBS교향악단×도쿄필, 3일 합동 연주회
양국 111명 연주자, 정명훈 지휘로 '화합'
선우예권·이가라시 카오루코 피아노 협연
신동빈 회장·우원식 국회의장 등 참석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이 클래식으로 하나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회. 정명훈 지휘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왼쪽), 이가라시 카오루코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KBS교향악단)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쿄필)의 합동 연주회는 문화예술이 지닌 화합의 힘을 보여준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공연계가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 교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롯데그룹이 후원하고 KBS교향악단과 도쿄필이 공동 주최·주관한 공연으로 2일 도쿄 오페라시티홀,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양일간 열렸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합동으로 악단을 구성했다. KBS교향악단 단원 56명, 도쿄필 단원 55명 등 총 111명이 무대를 채웠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들을 하나로 엮었다. 정명훈 지휘자는 KBS교향악단의 계관지휘자이자 도쿄필의 명예 예술감독으로 두 악단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협연 무대로 꾸린 1부부터 이번 공연의 취지를 잘 보여줬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일본의 피아니스트 이가라시 카오루코가 함께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협연했다.
한국과 일본 연주자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 여기에 양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주고받는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카덴차(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멈추고 독주자가 기량을 발휘하는 부분)에선 선우예권과 이가라시 카오루코가 서로 대화를 나누듯 피아노 독주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두 연주자는 앙코르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을 ‘포 핸즈’(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대의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것)로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2부는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이었다.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접하기 쉬운 곡이지만, 말러 교향곡답게 악단의 짜임새 있는 연주와 집중력이 중요한 작품이다. 지난달 KBS교향악단과 함께 말러 교향곡 제2번으로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준 정명훈 지휘자는 이날 공연에서도 원숙한 연주로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한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거대한 거인이 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는 연주였다. 음악 속에서 연주자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폭발적인 연주가 인상적인 4악장에서 앙상블이 다소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1시간 남짓한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환호로 화답했다. 정명훈 지휘자는 연주자는 물론 관객까지 일으켜 세우며 특별한 공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회. 정명훈 지휘로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KBS교향악단)
이날 공연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정·재계 인사와 주한 공관장 등이 참석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공연 이후 진행한 리셉션에는 정명훈 지휘자,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도쿄필의 교이치 이시마수 사장 등도 참석해 공연 소회를 나눴다.
리셉션장에서 정명훈 지휘자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화합을 상징하듯 두 나라가 음악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더 가까워지고 친해지길 바란다”며 “한·일 양국에서 의미 있는 공연 후원해 준 기업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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