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07.22 [탑클래스] 손민수에게 브람스를 물었습니다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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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수에게 브람스를 물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다

 

 

 

ⓒJino Park 

 

<끝내주게 멋진 클래식 음악가들>의 네 번째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손민수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 혹은 영재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지금까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연주자로 황금기를 보내고 있으며, 서양 음악가들의 작품을 탐구하는 일에 진심인 비르투오소입니다.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에 재직하며, 미래의 음악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끝내주게 멋진 클래식 음악가’로 소개하기에 안성맞춤인 분입니다. 마침 그가 오는 8월과 9월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국내 여러 무대에 설 예정인데요. 이 소식을 핑계 삼아,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그의 상황 상 이번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습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인터뷰어로 이렇게 긴 고민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그가 보낸 이메일을 전달받은 순간부터, 큰 고민에 빠졌던 것을 고백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혹은 며칠 더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지는 기분에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그 고민의 이유는 바로 답장에 담긴 그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필자는 종종 인터뷰어로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후의 마음이 달라지곤 하는데요. 어떤 호감(好感)이 더해지기도 하고, 덜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메일을 통해 그를 만난 이후, 앞으로 계속 가능할 때까지, 그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역시 그는 끝내주게 멋진 음악가다!”, “왜 이제야 인터뷰했을까”, “임윤찬이 자랑할 만 하다”(임윤찬은 그의 제자로, 인터뷰 등에서 그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빼놓지 않습니다)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거든요. 그렇습니다. 그가 쓴 이야기를 읽은 후 그에 대한 필자의 호감은 급상승했습니다.

 

인터뷰어마다 각각의 경우가 다 다를 테지만, 필자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쉽게 인터뷰를 쓰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비유하자면, 하나라도 그의 마음 속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설계도를 매일같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연으로, 그의 답장을 받은 지 16일 째 되는 날 밤이 되어서야, 독자들에게 그가 쓴 이야기들을 소개할 결심을 했고요.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그의 글을 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허투루 쓴 흔적이 없는 그의 생각을 천천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이후, 독자들께서도 필자처럼 그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할 수도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무 일 없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지구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마음은 분명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독서가로도 소문이 자자한 그가 언급한 책들도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가 완독 후 다시 한 번 읽고 있다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첫 장을 펼쳤다가, 마지막 장까지 한 번에 읽었는데요. 평소 독서에 대한 그의 견고한 세계가 음악가로 걸어온 그의 여정들을 한 장 한 장 함께 써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손민수’에 대한 첫 장을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그의 마음을 다 읽은 이후에는 독자 여러분의 어떤 첫 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이메일 인터뷰 질문지 보낸 날짜 : 2024년 5월 13일

 

-이메일 인터뷰 답장 받은 날짜 : 2024년 7월 5일

 

-인터뷰이 손민수, 인터뷰어 정은주

 

 

 

정은주 : 2024년도 절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손 교수님에게 올해는 어떤 느낌으로 혹은 어떤 시간으로 쌓여 가는지 궁금합니다. 새해 소원을 빌며 세웠던 약속 같은 바람들이 있었다면, 그것들을 잘 실천하고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한국 나이로 마흔 여덟, 손 교수님의 인생에서 올해는 어떤 단계 혹은 과정을 위한 시간이 되고 계신지요?

 

 

 

손민수 : 피아니스트는 근원적으로 매년 매시간 성장해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을 채워나가고 배워나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깨닫고 받아들인 점은 너무 먼 곳 만을 바라보고 길을 걸어 나가는 것 보다는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에 더 마음을 두고 살기에도 시간은 참 짧다는 것입니다. 음악과 늘 함께하고 연주를 통해 관객들과 음악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KBS교향악단과 협연 중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KBS교향악단

 

정은주 : 오는 8월, 9월 국내 무대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실 예정인데요.

 

손민수 : 제 기억으로는 이번 연주를 계획하며 KBS교향악단과 처음부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염두에 두고 진행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브람스가 평생 바라보며 존경을 보낸 베토벤의 음악은 이 곡의 많은 부분에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베토벤이라는 거인이 그의 뒤를 쫓아오는 소리를 평생 느끼며 살아갔던 브람스가 그의 첫 교향곡을 오랜 시간을 거쳐서야 비로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처럼 <피아노 협주곡 2번> 또한 베토벤 협주곡 (특히 <5번> ‘황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습니다. 음악적인 드라마나 정서,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지향점에서도 느껴지지만 피아니스트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특별한 페세지들에서도 유사한 점을 느끼게 됩니다.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고 녹음하며 보낸 오랜 시간 이후 저에게는 브람스와 함께 그 여정이 이어져나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정은주 : 지금까지 KBS교향악단과 인연이 많으셨지요.

 

손민수 : KBS교향악단과는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 <협주곡 4번>, <협주곡 5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오케스트라이고, 그동안 KBS와의 무대를 거쳐 간 수많은 음악가들을 생각하면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KBS교향악단과 협연 중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과 협연 중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KBS교향악단

 

 

정은주 : 특히 8월에는 청년 음악가들을 위해 협연 무대부터 여러 연습 일정에 7일 간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승의 마음으로, 후배 음악가들을 만나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졌달 까요.

 

손민수 : 8월 연주에는 스승의 마음이나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학교에 속해 있는 학생들과의 연주에는 특별한 에너지와 기운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음악을 통해 모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오직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것에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정은주 : 처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어보셨던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아마도 무척 오래 전의 기억이실 테지만, 혹시 그 당시의 이야기들이 떠오르신다면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처음 이 작품을 공부하셨던 때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몇 회 정도 협연 무대에서 이 작품을 연주하셨는지도요.

 

손민수 : 연주시간이 50분에 이르는 거대한 곡이고 피아노는 교향곡의 한 부분인 것처럼 사용된 이 곡의 특별함 때문인지 연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평생 세 번 정도 연주한 것 같습니다. 브람스 협주곡은 슈나벨의 연주로 처음 들었습니다. 3악장의 더욱 느리게(piu Adagio)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 끝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잊히지 않습니다.

 

정은주 : 피아니스트로 바라본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어떤 작품인가요? 미학적인 의견과 브람스라는 작곡가에 대해 손 교수님이 받은 인상, 갖고 있는 생각과 느낌 등도 궁금합니다.

 

손민수 : 피아니스트로서는 무엇보다 가장 높은 산맥들 중 하나라고 느껴집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펼쳐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열고 그의 젊은 시절의 패기와 열정이 깊이 드러나는 1번 협주곡을 작곡하고 20년이나 지난 이후 작곡된 2번 협주곡은 그만큼 더 깊어지고 숭고한 그의 음악세계가 더 정제된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저에게 있어 브람스는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언제나 그의 뒤에 있었던 베토벤 사이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일구어나간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그가 음악안에서도 사용했던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Frei aber einsam, Free but lonely)라는 문구처럼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정은주 :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감상 포인트를 소개해주셔도 좋고요. 또 브람스에 대해 알고 계신 여러 이야기 중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겠습니다.

 

손민수 : 첼로 솔로로 시작되는 3악장은 브람스가 이후 그의 <가곡집 작품번호 105>에서도 사용되었는데요. 꿈도 사랑도 다 잃어버린 한 사람의 상실의 마음을 그린 두 번째 가곡이 여기에 들어있습니다. 나머지 가곡들과 시들도 너무 아름다워서 함께 찾아보시는 시간을 가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은주 : 처음 협주곡을 익히는 과정에 대해서, 손 교수님만의 루틴이 있으시다면 그런 이야기들을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총 몇 시간 정도를 연습하고 협연을 준비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또 손 교수님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값진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손민수 : 저도 잘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준비과정을 말씀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디누 리파티라는 피아니스트의 인터뷰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그는 협주곡 연주 세 달 전까지 내일이 연주인 것처럼 연습을 하고난 후 세 달 동안은 다른 곡을 연습한다고 합니다. 그 이후 연주가 다가왔을 때 다시 협주곡으로 들어가라고 충고하는 인터뷰를 보고 충격도 받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연습을 반복하며 완벽하고 정리된 음악을 추구하게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악안의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찾아 되살리는 것이라는 아닐까요. 러셀 셔먼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서도 제가 늘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음악 안에 죽은 영혼들과 살아있는 천사들을 담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은주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손 교수님께서 읽어보라고 추천해 준 외젠 들라크루아의 <일기>가 가장 감동 깊었다”라고 말한 것을 봤습니다. 그 기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손 교수님은 평소 제자들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스승이시구나, 분명 평소에 책을 가까이하고 책의 가치를 아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들라크루아의 일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책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손 교수님이 독자들에게 들라크루아의 <일기>를 추천해주시면서, 몇 몇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손민수 : 들라크루아는 쇼팽을 그린 화가로만 알고 있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그의 예술에 대한 그의 관점이 제 생각을 많이 변화시켰고 제 선생님의 말씀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문장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작품은 어떤 흠결이 있어야만 마무리된다.” “ 모든 것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은 어떤 하나에서도 완벽을 가지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 가장 사실적인 것은 내 그림 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유사한 것 뿐이다” “공부를 더 해갈수록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발견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문장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예술에 있어서 완벽주의에 대한 경각심은 연주자들에게 반드시 생각해볼 문제 같습니다.

 

정은주 : 책을 가까이 하신다는 것은 피아니스트인 손 교수님께서 어떤 책에 대한 특별한 애정 혹은 그 무언가를 갖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 한 사람으로 손 교수님의 인생에 책은 어떤 영향을 준 대상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책을 통해 사유했고 성장했던 이야기들도 궁금하고요.

 

손민수 : 제가 처음 미시간에서 집을 얻고 집 내부 사진을 셔먼 선생님께 보여드렸을 때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이 “너의 책장에 책들이 왜 저만큼 밖에 없느냐?” 였습니다. 이미 학창시절 독서를 늘 권유하시고 책들을 추천하시고 늘 레슨에 가면 새로운 책을 읽고 계신 모습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읽어야 되고 읽고 싶은 책들을 발견하는 과정도 처음에는 셔먼 선생님의 책들을 몰래 따라 읽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예술가가 늘 찾고자하는 영감의 근원은 책과 자연 속에 있습니다.

 

정은주 :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으시다면,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로 소개해주고 싶은 작가가 있으시다면, 그 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손 교수님만의 ‘인생 책’이 있다면 그 책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평소 즐겨 읽는 장르가 있으신지도 궁금하고요.

 

손민수 :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라는 책을 두 번째 정독하고 있습니다. 상상 속의 도시들을 묘사해나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음악 안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사고의 과정을 연상하게 만들어서 굉장히 흥미롭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어떤 한 권을 인생 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제한하는 장르도 없습니다.

 

정은주 : 미래의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조언해주시고 싶은 책들이 있으시다면, 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정말 유익한 이야기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민수 : 니체의 <비극의 탄생>, 셔먼의 <피아노 이야기>, 헤세의 <지와 사랑>, 다빈치의 <노트북> 등이 생각나지만 제한하지 말고 다독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정은주 :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감하고 있다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연주자로 성장하려 노력하는 청년 음악가들에게 용기와 힘이 될 수 있는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손민수 :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고 고귀한 정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음악을 해야만 한다면 음악이 목표가 되지 않고 일상이 되는 삶을 꾸려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은주 : 베토벤 <소나타> 전곡,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 베토벤 <협주곡> 전곡,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전곡 프로젝트는 손 교수님의 다음 전곡 프로젝트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한 교수님의 지난 여정입니다. “하나의 큰 뿌리를 보는 일”, 다음 전곡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계신지요? 혹시 독자들에게 그 분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손민수 : 바흐는 늘 제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완전히 다른 세계이지만 쇼스타코비치와 스크랴빈도 찾아내고 알아가고 싶은 작곡가들입니다.

 

정은주 : 예술가들의 가진 어려움 중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설 때나 음반 작업 등 선생님의 음악 세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손민수 :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눈앞에 있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음악 세계는 제가 음악의 천사들로 생각하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그 분들은 평범한 기준으로는 이해될 수 없습니다. 때론 학자의 마음으로 정황적인 증거들을 수집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의 음악관과 지향점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해해나가며 끝없이 수수께끼 같은 여정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그들을 따르는 피아니스트의 숙명입니다.

 

정은주 : 손 교수님께도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늘 좋은 날만 겪지는 않으셨겠지요. 맑은 날씨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니까요.

 

손민수 : 삶이 곧 고난인 것 아닐까요? 인생이라는 것이 이루지 못한 꿈들과 끊임없는 고통에 대한 몸부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의지가 있는 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음악과 함께하고 제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정은주 : 피아니스트가 자랑하는 피아노의 매력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하루에 보통 몇 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하시는 지도 궁금하고요. 평소 음악을 들으시면서 쉬실 때 어떤 음악을 듣는지도 궁금합니다.

 

손민수 : 피아노의 가장 큰 매력은 변화무쌍하고 유연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악기를, 또한 모든 자연과 인간의 소리를 흉내 낼 수 있고,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환영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쉴 때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미루어둔 뉴스나 토크쇼를 듣습니다. 연습시간은 잘 모르겠습니다. 필요한 만큼 하고 얼마나 하는지 가늠해보지 않았습니다.

 

정은주 : 손 교수님께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선배 음악가들의 무대를 바라볼 때 어떤 기분이 드시는 지 궁금합니다. 지금 저는 손 교수님이 할아버지 피아니스트가 된 모습을 그려봤는데요. 무대에 입장에 청중을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혹시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손민수 : 제 목표는 제가 은퇴해야 할 시점보다 일년 앞서서 은퇴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정은주 : 앞으로의 남은 생애, 어떤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싶으신지요.

 

손민수 : 남은 제 삶은 유려하고 우아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충실한 추종자이자 전령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손민수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 일정

 

 

 

1)<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with 손민수>

 

8월 8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8월 10일 토요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지휘자 도밍고 힌도얀

 

 

 

2)<KBS교향악단 제805회 정기연주회>

 

9월 4일 수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휘자 윤 메르클

 

 

 

정은주 칼럼니스트

출처: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