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평창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 ‘합창’
21회 평창대관령음악제
8월3일까지 20회 공연…‘평창 드림팀’ 눈길
24일 저녁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이 열린 축음기 나팔 모양 뮤직텐트엔 1000여명 청중이 빼곡히 들어찼다. 아이를 안거나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휴가차 찾은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등 전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것과 달리 해발고도 700m에 자리 잡은 평창은 바람이 선선했다.
무대도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과 서울모테트·원주시립합창단, 4명의 독창자로 꽉 채워졌다. 대규모 합창단이 필요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개막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21회째를 맞은 대관령축제가 내건 주제가 베토벤의 이름인 ‘루트비히’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양성원 예술감독은 “음악을 통해 평생 인간의 존엄성과 표현의 자유, 전통의 계승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한 베토벤의 뜻을 나누고자 한다”며 ”베토벤과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작곡가들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국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로도 명성을 얻은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지휘봉을 잡았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테너 국윤종,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사비나 김이 독창자로 나섰다. 피날레인 4악장 ‘환희의 송가’로 절정에 이른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이 곡이 처음 연주될 당시 현장에 있던 작곡가 베토벤은 청중의 환호를 듣지 못했다. 당시 53살이던 베토벤은 거의 청력을 잃은 상태였다. 무대에 올라 지휘자 옆에서 12년 만에 완성한 교향곡의 초연 지휘를 지켜본 베토벤은 연주가 끝났는데도 청중의 갈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토 독창자가 옷자락을 잡아 객석으로 향하게 했을 때야 비로소 베토벤은 청중의 갈채에 답례했다고 전해진다. 200년 전이었다.
초연 200돌을 맞아 국내외에서 이 곡을 어느 해보다 자주 연주한다. 지휘자 구자범이 지난해 7월 우리말 합창 교향곡을 선보인 이후 ‘합창’ 가사를 우리말로 바꾸고,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번역한 연주도 이어지고 있다. 백정현이 지휘하는 서울월드피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28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우리말 합창 교향곡을 공연한다. 임형섭이 지휘하는 참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11월12일 국립극장에서 우리말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평창대관령축제는 406명의 연주자자 참여해 모두 20차례 공연한다. 파블로 카살스(1876~1973)에게 직접 배운 헝가리 태생 거장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76)는 개막 공연에서 하이든의 라장조 첼로협주곡을 협연한 데 이어, 26일 ‘오마주 투 베토벤’을 주제로 리사이틀을 연다. 베를린슈타츠 카펠레 악장 이지윤과 라디오 프랑스 악장 박지윤이 참여하는 ‘평창 드림팀’도 두 차례 공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